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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 대해서...

"나는 이단아, 아웃사이더가 아니다" 베니스영화제 감독상 김기덕

- 나에 대한 불신과 오해를 걷고 내 영화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영화 <빈 집>으로 제61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과 미래비평가상를 수상한 김기덕 감독이 주연배우 이승연과 재희와 함께 14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김기덕 감독은 지난 2월 제5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사마리아>로 감독상을 수상한데 이어 올해 열린 세계 3대 국제영화제 가운데 2곳에서 감독상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뤘다.

이날 김기덕 감독은 "영화를 열심히 찍었고 결과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베니스영화제에서 서프라이즈 필름으로 깜작 상영되었고 영화제에 참석한 관객들과 비평가 그리고 기자들에게 상위점수를 받았어 조금 기대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창의적인 면을 좋게 평가를 해줘서 수상을 하게 된 것 같다"면 소감을 밝히고 "특히 미래비평가상은 고등학생 26명이 22편의 영화를 보고 베스트영화를 선정하는데 99%가 영화 <빈집>을 뽑았다는 점이 내게 인상이 깊었다"면서 "내 영화가 혐오스럽거나 불쾌감이 있다고 생각들 하는데 그런 면에서 미래비평가상은 나에 대한 불신과 오해를 걷고 내 영화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수상의미를 말했다. 그리고 감독은 이번 상을 계기로 "한국영화계가 양적인 팽창과 더불어 질적으로도 팽창되어야 한다"라며 "양쪽이 동등하게 경쟁하고 발전해 나갔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기덕 감독은 "해외에서의 평가와 달리 한국에서는 나를 '이단아'나 '아웃사이더'로 부르지만 정작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해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 영화가 한국에서도 100만이 들기를 원한다. 단순히 좀 더 관심을 받아서 인정받기 위함이 아니라 내 영화가 재인식되고 서로 오해가 풀리는 것을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꼭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내 영화를 비디오로 엄청 많이 본다. 극장에 가서 볼만한 가치가 없어서가 아니라 돈이 없어서 그럴 뿐이지. 사실 비디오를 보는 내 영화의 관객은 400~500만명이 될 것이다. 그게 내가 영화를 만들고 일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한국관객들을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감독은 "결과적으로 많지 않지만 내 영화를 지지하는 분들에 의해서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 영화에 대한 비판은 나에 대한 편견이었다기보다는 내 영화 스타일이 보편적이지 않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내 영화를 가학적인 해석으로 보는 것도 일리가 있다. 특히, 한국사회는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부분을 많이 요구하기 때문에 여성계에서 지적하는 비평은 적절하고 타당성이 있다. 그럼에도 그것을 반역하는 영화를 만드는 것은 또 다른 영화의 해석으로 표면과 이면의 관계를 표현하는 감독이기 때문에 나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를 감수하고 작업에 임했다. 한국사회의 도덕과 윤리도 중요하지만 국외에서의 평가도 존중할만하다. 국내에서 소외된 감독으로 보아도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해외영화제의 잇따른 좋은 성과에 대해 감독은 "98년 <파란대문>를 처음으로 내 영화에 관심을 가졌다. 이후 잇따라 <섬>과 <수취인 불명>이 베니스 영화제 경쟁 부분에 초청됐고 이후에도 세계 5대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꾸준히 초청돼 지속적으로 관심을 모았다. 그 결과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 같다"고 답하고 "한국영화가 새로운 이미지와 드라마를 형성해내고 있다는 점이 해외에서 각광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이번 베니스에서도 스토리의 영화가 아니라 이미지의 영화라는 점이 심사위원들에게 극찬을 받은 것으로 들었다. 내 영화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선을 다루고 있고 그런 면을 영화제에서 국내보다 깊게 해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캐스팅에 대해 김기덕 감독은 "배우를 캐스팅할 때 가장 큰 원칙은 내 영화를 좋아하고 이해하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이해하고 공감대 속에서 현재 배우의 심리상태와 보여지는 이미지를 영화에 고스란히 담는다. 그런 측면에서 이승연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내 영화를 이해하고 공감했다. 또한 좋은 연기자라고 생각한다"며 밝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스팅한 것을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며 그것을 용서해주고 이 영화를 봐준다면 고마울 것 같다. 누가 누구를 탓하고 오해하기보다는 사회의 또 다른 이해들이 생겼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종군위안부 누드’으로 사회적 물의와 파문을 일으켰던 이승연은 이날 "좋은 작품을 할 수 있게 해 준 감독과 스텝 그리고 호흡을 맞춘 재희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별로 하는 일도 없는데 조그마한 역할로 수상의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어려운 시기에 좋은 작품으로 좋은 곳에 가게 해줘 아직까지 실감이 안 간다. 특히 이번 영화를 통해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복되고 기쁜 것인지 태어나서 처음 느꼈다"며 말했다. 한편, 향후 활동계획에 대해서는 "굉장히 어려운 시기에 굉장히 좋은 작품을 만나서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그래서인지 아득한 과거 같다. 영화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감사하고 기쁜 일이지만 그렇다고 벌써 활동계획을 생각하는 것은 아직은 빠른 것 같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른 다음에 또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감사하고 좋겠다"며 조심스럽게 답했다. 한편, 그녀는 "감독님의 첫 작품인 <악어>부터 시작해서 모든 작품을 봤는데 보고 나서 많이 우울해졌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런 점들이 꼭 한번 감독님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빨리 찍는 감독님의 연출방식에 깜짝 놀라고 불안하기도 했었지만 100% 감독님 믿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한 여자가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 좋았다"고 말했다.

김기덕 감독의 11번째 작품인 <빈 집>은 폭력적이고 일방적인 남편의 사랑에 갇혀 유령처럼 살아가던 여자 선화(이승연 분)와 전단지를 붙이며 빈집을 찾아 살아가는 남자 태석(재희 분)의 만남과 치유를 그린 영화로 대사가 없는 형식과 기이한 상상력으로 베니스 평단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이에 대해 김기덕 감독은 "대사 없이도 뉘앙스나 액션으로 전달될 수 있다"면서 "대사가 없으면 우선 캐릭터에 내재된 본성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과 외국에서 내 영화를 보는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좋다"고 말하고 "영화제 심사위원들이 두 배우의 대사가 없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0분이 지루하지 않았다고 칭찬했다"고 덧붙였다. 대사 없이 연기를 한 이승연은 "힘들기도 했지만 대사가 없는 것이 오히려 편했던 면도 있었다. 연기할 때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몸짓만으로도 잘 전달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호흡을 맞춘 재희 역시 "처음 시나리오 보고 대사가 없어 힘든 작업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승연 누나가 날 편하게 대해줬다. 그래서 눈빛으로 교감이 잘 이뤄져 오히려 대사가 없는게 편안하게 느껴지고 감정 전달이 잘 됐다"고 말했다.

특히 <빈 집>은 지난 7일 2일 첫 촬영을 시작해 20일 크랭크 업해 불과 19일만에 모든 촬영을 끝냈으며 순 제작비는 10억원으로, 일본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특히 국내투자배급사에게 영화를 직접 판매하는 새로운 배급방식을 선택했다. 그 결과 영화제 기간동안에만 100만달러 이상의 해외 수출액을 기록하고 있다.

김기덕 감독은 "내 영화 <빈집>은 국내 투자자들에게 무산되었고 결국 일본의 돈으로 찍었다. 한국영화가 극장까지 가는 네트워크를 생각한다면 저예산 영화로 수익을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는 기존의 배급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빈 집>은 오는 10월 중순경에 개봉할 예정이며 베니스 감독상 수상을 기념해 이달 안에 특별상영을 추진중이다. 또한, 오는 10월 7일에 개최되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초청돼 상영된다.

김기덕 감독은 "오해와 열등감 그리고 내 자신의 불행을 너무나 비관적으로 생각했던 나의 과거의 시간들에게 감사하고 현재가 높다고 해서 과거가 낮다는 생각의 함정에는 빠지지 않겠다"며 "지나치게 과장되지 않는가 하는 경계와 창작의 문이 닫히지 않는가 하는 불안함 때문에 주위에서 블록버스터나 상업영화를 제안하는 것이 유혹적으로 느껴지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더 짧고 적은 예산으로 찍으려고 하고 있고 좀 더 후퇴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 것이다"며 포부를 밝혔다. [빈 집]


2004.09.14 / 코리아필름 김철연, 조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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