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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ALK TALK!/○○⑦ 역사TALK

[인물] 삼국지 정욱과 인육 (人肉)

삼국지 Ⅸ의 정욱

삼국지 Ⅸ의 정욱


이 글을 읽기 앞서 말씀드리지만 이 글의 내용은 나관중의 삼국지 연의나 진수의 삼국지 정사에도 나오지 않는 내용입니다. 세어(世語)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이지요.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부담없이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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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은 조조의 모신으로 많은 공적을 세운다. 특히 초반에 진궁과 장막의 모반으로 조조는 근거지인 연주를 잃을뻔 했지만 순욱과 더불어 정욱의 기지 덕분에 위기를 모면하였다.

여포와 조조가 다툴때 군량이 부족하여 원소의 계략에 넘어가 조조가 원소에게 가족을 인질로 하여 동맹을 체결하려고 하자 이를 만류시킨다. 또한 헌제를 옹립하는데에도 대부분의 장수들이 반대하는데 반해서 순욱과 함께 적극 정욱은 적극 찬성하여 결국 조조가 대의명분을 얻고 중원의 실력자로 급부상한다. 유비가 조조의 휘하에 있을때는 그의 영웅적인 기질을 알아보고 항상 경계하며 결국 죽일것을 여러차례 종용하기도 하였다. 후에 유비가 원술을 정벌하러갈때에는 유비가 배반할것을 눈치채고 곽가와 함께 반대하기도 하였다.

이후에도 여러차례 냉철하고 정확한 조언과 적의 계략을 꿰둟는 안목으로 조조가 군웅할거때에 주도권을 잡는데 큰 기여를 한다. 하지만 이렇듯 수 많은 공적에도 불구하고 공의 지위에 오를 수 없었다고 한다. 세설신어에서는 그 이유를 과거에 조조가 식량때문에 곤란을 겪자 약간에 식량을 조달했는데 거기에 인육을 섞었기 때문에 조정에서 신임을 잃고 결국 공에 자리에까지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정말 정욱의 행동에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난 아니라고 본다. 물론 인육이라면 상당히 잔혹하고 상상할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입장과 기준에서 볼때의 평가일뿐이다. 실제로 중국은 고대로부터 동아시아, 나아가서는 세계 제일의 문명국을 자처하며 주변의 민족들을 오랑캐나 야만족속으로 치부하였다.

그러나 정작 중국은 오랫동안 식인문화가 있었던 실로 야만스러운 민족이다. 식인문화는 중국 4천년 역사에 면면히 이어져 내려왔다. 한나라가 건국된 기원전 206년부터 청나라가 멸망한 1912년까지, 중국에서는 식인의 기록이 220차례나 정사(正史)에 기록되어 있다.

또 법률로 '살육의 형' 을 만들어 죄인을 죽여 그것을 음식으로 만들어 먹게 하는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성인 공자는 '해(인체를 잘게 썰어 누룩과 소금에 절인 고기)'를 즐겨서 해 없이는 식사를 안 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공자가 아끼던 제자 자로가 위나라의 신하로 있다가 왕위다툼에 휘말려 살해되고, 그의 시체는 잘게 토막내어져 해로 만들어지고 말았다. 이 해는 사자에 의해 공자의 식탁에까지 전해졌다. 이 일 후로 공자는 그렇게 좋아하던 해를 먹지 않았다고 한다.

후에 인육이 약재로도 쓰여 이시진의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인체 각 부위의 약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수당시대에는 인육시장이 등장하기에 이른다. 또 인육을 즐겨 먹는 사람은 열전이 만들어져 기록되기도 하였다.

중국의 식인 풍습은 <삼국지>, <수호지>, <서유기> 등 유명한 중국 고대의 소설에도 잘 나타나 있다. <삼국지>의 경우, 정사로 기록된 진수의 삼국지에는 유비가 즐겨먹은 음식이 인육으로 만든 포였다고 하며, 여포가 죽은 후 그 고기를 죄인들에게 먹였다고 한다. 소설 <수호지>에서는 인육으로 고기만두를 만들어 파는 악한이 등장하고, <서유기>에서는 고승(高僧)의 고기가 불로장생의 영약이라 하여 삼장법사가 끊임없이 요괴들의 공격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이렇듯 중국은 수천년동안 인육을 식량의 하나로 여기고 먹어왔다. 정욱이 조조에게 군량에 제공한 인육은 식인문화를 가진 당시에는 그리 큰 문제가 없는것이다. 더구나 극심한 흉년과 잦은 전쟁, 이미 파괴된 농촌 시스템등에 의해서 더이상 중국내의 식량을 통한 자급자족은 한계에 다달았다. 따라서 인육을 식량 대용으로 먹는것은 그리 이상할 것이 아니다. 즉, 맛으로 먹는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 먹는것이다.

따라서 정욱이 인육을 제공했기 때문에 조정에서 신임을 잃었다는 것은 당시의 정서나 정황으로 볼때 납득하기가 힘들다. 아마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이유가 있는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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